기회+경쟁, KIA 타이거즈 리빌딩 기초공사 본격화

 

반신반의했다. 싸움이 될까 싶었는데 나름 선전 중이다. 리빌딩 기초공사를 본격화한 KIA 타이거즈 얘기다.

 

KIA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 KIA 김기태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가 지난해 가을 캠프부터 “2019시즌은 성적보다 즐기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라며 농담처럼 했던 말의 의미가 최근 경기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예상했던 수순이지만 시기가 빨라져 성장통도 세게 찾아왔다. 버티다 보면 조금 더 세련되게 싸우는 법도 익힐 수 있다.

 

지금은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지만 10년 이상 1군 주축으로 활약했던 베테랑들은 시즌이 끝나고 나면 자기 몫은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래서 베테랑들의 부진을 당장 걱정하지 않지만 시즌 중에 이들이 활약하는 시기가 줄어드는 것에는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시즌을 치러 베테랑 부진에도 리빌딩을 단행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 지난해와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경쟁을 극대화하는 방식의 리빌딩 기초공사를 본격화 한 가장 큰 이유다.

 

사진|지난 5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9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 박찬호 (출처.엑스포츠뉴스)

 

지난 5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른 2019시즌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강이준은 평균 139km/h가량 되는 두 가지 패스트볼로 두산 정예 타선을 제압했다.

 

4회말 김재호에게 사구를 내준 뒤 급격히 흔들린 것은 경험부족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2015년부터 4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두 차례 우승을 일군, 누가봐도 ‘강팀’인 두산을 상대로 생애 첫 1군 등판을 선발로 나섰으니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커브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면서도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은 양승철, 김기훈 등 신인급 투수들에게 또 한 명의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것을 알렸다.

 

사진|지난 5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마운드에서 투구하고 있는 강이준 (출처.엑스포츠뉴스)

 

외국인 타자 제리미 해즐베이커가 퇴출위기에 놓인 사이 이창진이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수비의 달인’ 김호령이 9월 전역하면 KIA 외야진도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내야는 이미 폭풍이 한 차례 지나갔다. 개막 3루수로 낙점됐던 최원준이 주춤한 사이 박찬호가 무섭게 치고 올라와 3루를 꿰찼다. 박찬호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수비로 주전 유격수인 김선빈까지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조정기간을 갖고 있는 류승현과 1군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황대인도 절실한 눈빛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사진|지난 5월 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전, 5회말 1타점 적시타를 때린 후 귀루하고 있는 이창진 (출처.엑스포츠뉴스)

 

젊은 선수로만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세대교체를 리빌딩으로 부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젊은 선수들이 활기를 띌 수 있다.

 

선수 성장에 가장 큰 동력은 팀 승리이고, 이를 통해 각자 자신감을 쌓게 된다. 김주찬과 최형우의 재기를 바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끄는 대목은 요란하게 리빌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운드와 타선이 동시에 붕괴돼 수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베테랑들은 포지션이 겹치는데다 수비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타격능력은 떨어지지만 수비와 기동력이 좋은 젊은 선수들이 먼저 나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성장에는 통증이 수반된다. 어쩌면 올 시즌 최하위를 진심으로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리빌딩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는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

 

베테랑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 탓에 누구도 입밖으로 ‘리빌딩’을 뱉지 않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KIA는 2019시즌 인내와 싸움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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