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밍의 귀재’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 양의지가 안 부럽다

‘프레이밍의 귀재’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 양의지가 안 부럽다

- 지난 겨울 FA 포수 양의지 영입전에서 일찌감치 물러난 한화 이글스

- 한화가 신임한 포수 최재훈, 시즌 초반 타율 3위-OPS 4위 맹활약

- 최재훈의 숨은 가치, KBO리그 최고 수준 프레이밍 능력, 2년간 팀에 37점 추가 기여

- 프레이밍, 후천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재능도 중요. 최재훈 “나도 처음에는 프레이밍 잘 못 했다”

 

지난 겨울, 야구계에서는 한화 이글스가 FA(자유계약선수) 양의지 영입전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돌았다. 몇몇 야구인은 “시즌 중 한화 관계자로부터 ‘양의지 영입 의향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2018시즌 막 상위권으로 도약해 더 좋은 성적을 바라보는 한화였기에 양의지 영입설은 설득력 있게 들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박종훈 한화 단장은 “양의지 영입은 없다”고 공식 선언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 최재훈과 지성준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화의 믿음은 응답을 받았다. 시즌 10경기를 치른 4월 4일 현재, 최재훈이 ‘양의지급’ 활약으로 공·수에서 펄펄 날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훈은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432, OPS 1.119에 1홈런 6타점으로 리그 타율 3위, OPS 4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도 0.78승으로 양의지(0.83승)에 이은 리그 2위다. 포수 WAR 랭킹이 아니라 타자 전체 WAR 랭킹에서 2위다.

 

사진|2019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 최재훈은 ‘공·수 겸장 포수’로 변신해 있었다 (출처.한화 이글스)

 

물론 ‘수비형 포수’로 오랜 시간을 보낸 최재훈의 커리어를 감안하면, 시즌 초반 불방망이는 일시적 현상일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평균에 가까운 수준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한화가 양의지 영입전에서 물러난 걸 후회하진 않을 것 같다. 최재훈에게는 양의지 못지않게 뛰어난 포수 수비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 최재훈, 2년간 프레이밍으로 팀에 37점 추가 기여, KBO리그 포수 최상위권

 

최재훈은 한화에 합류한 지난 2년간 KBO리그 포수 가운데 최상위권의 수비력을 자랑했다. 블로킹, 도루저지 등에서 고루 좋은 성적을 보였고 한화 투수진 안정에 큰 힘을 보탰다. 특히 최재훈은 심판의 휴먼 에러를 이용해 볼을 스트라이크로 둔갑시키는 ‘프레이밍(Framing)’ 기술에서 탁월한 강점을 발휘했다.

 

야구공작소(www.yagongso.com)에 따르면 최재훈은 2017시즌 프레이밍을 통해 얻어낸 추가 스트라이크 콜 순위에서 두산 베어스 박세혁(105회)에 이은 2위(71회)를 차지했다. 주전 자리를 굳힌 지난 시즌 기록은 더 좋았다. 지난해 추가콜 총 164회로 2위 LG 트윈스 유강남(47회)과 압도적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최재훈은 지난 2년간 프레이밍 능력으로 팀에 기여한 득점은 총 37점에 달한다. 최근 미국 통계사이트 팬그래프(Fangraphs)는 포수 WAR 산출에 프레이밍 능력을 반영했는데, 그 결과 야스마니 그랜달 등 프레이밍을 잘하는 포수들의 WAR이 크게 상승하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최재훈의 프레이밍은 이미 KBO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출처.한화 이글스)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같은 기준을 KBO리그에 적용한 결과, 최재훈의 2017시즌 WAR은 0.43승에서 2.12승으로, 2018시즌 WAR은 0.84승에서 2.88승으로 크게 상승한다. 2년간 팀에 대체선수대비 추가한 승수가 5승, 이는 KBO리그 공격형 포수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최재훈과 배터리를 이루는 한화 투수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좌완 임준섭은 “볼이 될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면 투수 입장에서는 정말 큰 힘이 된다”며 재훈이 형의 프레이밍이 워낙 좋아 투수로서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고 했다.

 

SK 와이번스의 투수 박종훈은 프레이밍이 갖는 효과에 대해 “어마어마하다”고 표현했다. “야구는 볼 하나하나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잖아요. 2볼 1스트라이크가이 될 게 1볼 2스트라이크가 되면 투수가 타자를 잡아낼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프레이밍의 차이가 정말 큰 게 사실이에요”

 

최재훈이 주전 포수로 올라선 지난 시즌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4.95로 KBO리그 2위를 차지했다. 늘 최하위권에 머물던 마운드가 단숨에 리그 최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여기에는 외국인 투수 교체, 신인 투수의 성장, 코칭스태프 교체 등 여러 원인이 작용했지만 주전 포수 최재훈의 활약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재훈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자 멋쩍어하면서 “그런 줄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최재훈은 프레이밍이란 비슷한 공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든 투수를 편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투수를 도와주는 게 프레이밍이죠. 볼이 될 게 스트라이크가 되면 저도 좋지만, 투수들이 더 좋아하니까요”

 

중계 화면상으로 볼처럼 보이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면, 상대 타자와 상대팀 팬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최재훈은 “종종 ‘사기꾼’이란 소리도 듣고 욕도 먹는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안할 수 없다. 내가 욕을 먹더라도, 우리 투수들이 더 잘 던질 수 있다면 얼마든 괜찮다”고 했다.

 

◆ 최재훈 “프레이밍은 투수를 도와주기 위한 노력”

 

사진|마운드에서 투수 안영명과 대화를 나누고 내려가는 포수 최재훈 (출처.한화 이글스) 

 

흥미로운 사실은 최재훈이 태어날 때부터 프레이밍이 뛰어난 포수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최재훈은 “처음에는 프레이밍 능력이 너무 안좋았다”며 “공 잡을 때 ‘틱’ ‘틱’하면서 잡고, 캐칭도 제대로 안되는 포수였다”고 털어놨다. 이후 프레이밍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게 최재훈의 설명이다.

 

연습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피칭머신이 던지는 공을 계속 받으면서 연습했어요.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은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보면서 따라해 보기도 했구요. 우리 팀에 현역 시절 뛰어난 프레이밍 실력을 자랑했던 차일목 코치님이 계신 것도 도움이 됩니다. 계속 연습하다보니, 조금씩 프레이밍이 좋아지더라구요”

 

현장 지도자들은 프레이밍은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양의지, 최재훈과 함께했던 경찰 야구단 유승안 감독은 “프레이밍은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향상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포수 출신으로 아마야구 지도자를 오래 지낸 NC 다이노스 퓨처스팀 유영준 감독은 “아마추어 포수들도 프레이밍 연습을 많이 한다”고 했다. “아웃코스로 나가는 공을 미리 앞에서 잡는 연습, 낮은 공이 오면 무릎을 밀면서 미트를 끌어올려 받는 연습을 하게 한다” 유영준 감독의 말이다.

 

실제 지난 몇 년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프레이밍이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구단마다 프레이밍 뛰어난 포수 영입이 트렌드를 이뤘다. 기존 포수들도 프레이밍 역량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최근 들어서는 리그 최고 프레이밍 능력을 갖춘 포수와 최악의 프레이밍 능력을 지닌 포수 사이의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이밍 능력의 ‘평준화’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탁월한 수준의 프레이밍을 구사하려면 재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기문 롯데 배터리 코치는 프레이밍은 하체와 손의 감각이 중요하다. 골반이 뻣뻣한 선수는 프레이밍을 잘하기 쉽지 않다. 또 공을 받을 때 리듬 감각도 필요하다. 미트를 약간 끌어당겼다가, 투수의 공이 들어올 때 딱 맞춰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승안 경찰 야구단 감독도 “선천적으로 필요한 능력도 분명 있다. 공이 어떻게 날아올지 머릿속으로 그리고,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야 공을 자연스럽게 프레이밍 해서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유승안 감독이 최재훈을 비롯한 경찰 야구단 포수들에게 항상 “프레이밍은 무리해서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공을 프레이밍해서 잡으려 해야지, 되지도 않을 공을 무리해서 미트질하려고 하면 안 된다. 무리해서 프레이밍을 하면 눈에 빤히 보일 뿐더러, 심판들에게 좋지 않을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유승안 감독의 조언이다.

 

사진|최재훈은 프레이밍은 물론, 강한 어깨로 도루저지 능력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출처.한화 이글스)

 

최재훈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최재훈은 “턱도 없는 공을 프레이밍해서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공을 프레이밍을 통해 스트라이크로 만들려 한다”며 자신만의 프레이밍 원칙을 강조했다. 프레이밍을 잘하는 다른 포수는 누가 있냐는 질문에는 박세혁, 유강남을 언급했는데 실제 박세혁은 2017시즌 프레이밍 1위, 유강남은 2018시즌 2위에 이름을 올린 포수들이다.

 

양의지는 NC와 4년 총액 125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최재훈의 2019시즌 연봉은 1억 2,500만 원이다. 메이저리그처럼 KBO리그에서도 프레이밍 능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날이 찾아올까. 최재훈은 프레이밍의 가치가 많이 알려진다면 물론 좋은 일”이라면서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포수로서 투수를 어떻게든 도와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뿐”이라 했다.

 

이미 한화 투수들은 최재훈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최재훈은 강한 어깨로 2루 도루를 잡아내고, 몸을 던져서라도 폭투가 될 공을 잡아낸다. 볼 판정을 받을 공을 절묘한 위치 선정과 손기술을 활용해 스트라이크로 바꾼다. 여기다 올 시즌에는 타석에서의 존재감까지 더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한화는 양의지가 부럽지 않다.

 

 

 

출처 : 엠스플뉴스 - [배지헌의 브러시백] ‘프레이밍의 귀재’ 최재훈, 양의지가 안 부럽다 (http://www.mbcsportsplus.com/news/?mode=view&cate=&b_idx=998568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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