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2019시즌 새 판 짜기, 속도는 빠른데 방향이 이상하다

kt 위즈의 2019시즌 새 판 짜기, 속도는 빠른데 방향이 이상하다

- 10월 18일부터 20일 사이 단장, 감독 선임 발표한 kt 위즈

-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와 1, 2차전 전·후해 기습 발표 “무개념 행태”

- 야구인 출신 단장? 구단 업무 경험도 중요

- 외부 인사들만 승진 거듭…구성원 역량 강화 없인 강팀도 없다

 

사진kt 위즈 타격코치에서 단장으로 승진한 이숭용 신임 단장

 

4년 연속 꼴찌를 간신히 면한 kt 위즈가 2019시즌을 향한 새 판 짜기를 시작했다. 단장을 바꾸고, 조직을 개편하고, 감독을 바꾸고, 코치를 갈아치우는 작업을 불과 사흘 만에 끝냈다. 간단한 의사결정 하나에도 ‘버퍼링’이 심했던 그간 kt와 비교하면 ‘5G’급 속전속결이다. 하지만 이런 kt의 행보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속도는 빠른데 방향을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장과 감독을 바꾸는 과정에서는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고 당장 눈 앞의 암초를 피하려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다는 비관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 사흘 연속 ‘빅 이벤트’ 전·후해 중대 발표

 

사진김진욱 前 감독은 이숭용 단장 선임 소식에 묻혀 쓸쓸히 퇴장했다

 

먼저 구단의 중요한 인사를 발표하는 시점에 대한 문제 제기다. kt는 10월 18일 오후에 이숭용 단장 선임과 김진욱 감독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2018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이 막 끝난 시점에 보도자료가 나왔다. 큰 경기를 앞둔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의 각오는 kt의 파격적인 단장 선임 속보에 ‘묻혔다’.

 

다음날인 19일에는 데이터 기획팀 신설 등 조직개편을 알렸고, ‘국민 우익수’ 이진영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플레이어의 은퇴 결정은 쏟아져 나오는 준플레이오프 경기 소식에 밀렸다.

 

20일 저녁에는 신임 이강철 감독 선임을 기습 발표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막 끝난 시점에 감독 선임 보도자료가 나왔다. 다음날 신문이 나오지 않는 토요일 저녁이었다. 게다가 신임 이강철 감독은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 신분으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다. 사흘 연속 프로야구 ‘빅이벤트’를 전·후해 구단의 주요 인사를 발표한 kt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사흘 연속이면 고의적인게 아니냐’는 질문에 kt 관계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야구계 잔치상에 훼방을 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 보안 문제도 있고, 결정이 이뤄진 뒤 빠르게 소식을 전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잔치상에 재를 뿌리는 건 둘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기묘한 발표 시점 때문에 단장과 감독 선임이란 중요한 소식이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데 있다. 큰 경기 소식에 묻혀버린 kt 인사 소식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 뉴스를 보도자료로 밀어내는 PR 기법을 떠오르게 했다.

 

새 단장과 새 감독 선임은 야구단의 향후 수 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뉴스다. 매스컴과 팬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게 당연하다. 경위야 어쨌든 임명된 개개인에게는 축하받을 일이다. “우리도 새 단장, 새 감독 소식을 더 부각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라는 kt 관계자의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러운 이유다. ‘보안 문제’를 운운하는건 구단의 능력 부족을 자인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물러난 김진욱 前 감독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kt는 김진욱 前 감독 사임 소식을 신임 이숭용 단장 소식의 곁다리로 발표했다. 지난 2년간 팀을 이끈 감독의 사임이 미디어데이 행사와 새 단장 선임 다음 다음으로 밀려났다. 한 야구 원로는 이를 두고 “kt가 야구만 못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개념까지 없다”며 혀를 찼다.

 

◆ 이숭용 단장, GM 역할 할 수 있나

 

사진이진영이 은퇴를 자청했다는 kt 위즈의 발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숭용 신임 단장 선임도 여러 의문을 낳는 인사다. 이전까지 kt는 사장과 단장이 너무 자주 바뀌는게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단장이 야구인 출신인지 아닌지는 둘째 문제다. 낙하산 사장은 어느 구단이나 마찬가지로 골치거리다. 사장과 단장이 야구단 업무를 파악하고 일을 추진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게 kt의 진짜 문제였다.

 

임종택 前 단장은 지난 2년간 큰 무리없이 일처리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흠결이 있다면 대부분 구단이 연루된 ‘뒷돈 트레이드’ 파문 정도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선수 영입, 선수단 지원도 큰 문제 없이 해결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부터 경질설에 휘말리더니 결국 시즌 종료와 함께 구단을 떠나게 됐다.

 

kt는 신임 이숭용 단장을 두고 ‘우리도 야구인 출신 단장을 선임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숭용 단장은 기존 야구인 출신 단장과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타 구단 야구인 출신 단장은 육성총괄이든 스카우트 팀장이든 프런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인사가 대부분이다. 프런트 업무와 페이퍼 워크에 최소한의 경험은 갖추고 있다. KIA 타이거즈 조계현 단장처럼 수석코치에서 승진한 사례도 있지만, 대신 KIA는 구단 실무진에 오랫동안 야구단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인사가 많다.

 

반면 이숭용 단장은 은퇴 이후 잠시 해설위원을 한 것 외에는 코치 경험이 전부다. 본인도 “단장은 생각조차 못 해봤다.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이해한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구단에서는 ‘코치로 오래 일하며 kt를 누구보다 속속들이 안다’고 홍보했지만, 코치로서 역량이나 관점과 프런트 일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한 원로 야구인은 “kt는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감독과 여러 코치가 옷을 벗은 팀이다. 그런데 함께 타격코치를 지낸 이숭용만 단장으로 승진했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인사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숭용 단장 선임에 kt 구단 운영파트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코칭스태프 개편 때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던 이숭용 단장의 코치 재계약을 주도한 것도 이 운영파트 실세라는게 kt 사정을 잘 아는 야구인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연 신임 이숭용 단장이 단장으로서 주도권을 갖고 구단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당장 감독 선임만 해도 이숭용 단장과는 무관하게 이뤄진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숭용 단장은 10월 20일 보도자료에서 미리 정해놓은 감독 후보는 없다. 이제부터 후보를 추려서 심사숙고해 감독을 결정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kt는 바로 이날 저녁 신임 이강철 감독 영입을 발표했다. kt 관계자는 “전날(19일) 여러 후보 중 이강철 감독을 낙점해 윗선에 보고한 뒤 연락을 드렸다. 오늘 수락 의사를 전해와 발표하게 됐다”고 했다.

 

kt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감독 후보 선정부터 수락과 발표까지 채 이틀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프로야구 감독이란 중요한 자리를 면담 없이 전화상으로 제의하고 수락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상적인 야구단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kt가 사실을 밝히지 않았거나, 정상적인 야구단이 아니거나. 둘 중에 하나다.

 

◆ kt 위즈, 속도보다 중요한 건 분명한 방향성이다

 

사진4년 연속 꼴찌 위기에서는 간신히 벗어났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kt 위즈

 

물론 kt 구성원들도 답답할 거다. 창단 이후 kt는 줄곧 NC 다이노스와 비교되면서 비판을 면치 못했다. 1군 진입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4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한 NC와 비교하면 4년 연속 꼴찌를 간신히 면한 kt는 ‘열등생’으로 보이는게 사실이다. 하루라도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조바심이 날 만도 하다.

 

그러나 신생구단이 강팀이 되는건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NC가 워낙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다. 그 NC조차도 올 시즌에는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초고속 성장의 후유증을 톡톡히 겪었다. 강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난의 시간을 견디는건 필수다. 구단이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일관되게 추구해 나가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그간 kt는 갈팡질팡 행보를 거듭했다. 창단 초기에는 기존 구단들의 비협조 속에 스카우트와 육성에서 실패를 거뒀다. 모기업의 지원도 부족했고, 조직 구성도 비효율적이었다. 사장과 단장이 수시로 바뀌었고, 공기업 특유의 문화 속에 의사결정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4년 연속 최하위권 성적은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였다.

 

이럴 수록 구단이 중심을 잡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단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먼저 창단한 NC는 창단 당시 합류한 인재들이 착실히 성장해 지금은 구단 운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kt는 사장과 단장만 계속 바뀌었을 뿐 구단 구성원들이 역량을 키우고 역할을 할 기회는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

 

그간 kt는 외부 영입 인사들이 파트별 팀장을 맡아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개개인의 능력과 별개로 그간 거둔 성과는 미미했다. ‘실세’로 불리는 인사는 구단 안팎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계속 요직을 지키고 있고, 스카우트 파트 책임자는 그간 실패에도 오히려 운영팀장으로 승진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kt가 창단한지 벌써 5년째다. 그런데 구단이 자체적으로 키운 지도자나 프런트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단에서 전략적으로 키운 지도자가 감독이 되고(NC 이동욱 감독), 프런트 말단부터 꾸준히 경험을 쌓은 인사가 팀장과 단장으로 성장하는게 이상적인 그림이다. 내부 역량 강화 없이 여전히 외부 인사들에게만 기대고 있는 kt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스타 요기 베라는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는 말을 남겼다. 마치 방향성 없이 속도만 내고 있는 kt를 두고 한 말처럼 들린다. kt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어디로 가는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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