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 외국인 선수 리포트] KIA 타이거즈 드류 가뇽 (Drew Gagnon)

[2020 KBO 외국인 선수 리포트] KIA 타이거즈 드류 가뇽 (Drew Gagnon)

‘투피치’ 드류 가뇽, 앤디 밴 헤켄-크리스티안 프리드릭 잇는 성공사례 되려면?

지난해 KIA 타이거즈는 V11에 기여한 외국인 투수들과 차례로 결별한 뒤, 드래프트 순위나 아시아 경력 등 주목할 요소가 많은 투수들을 영입하는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시즌 개막 이후 이들이 보여준 투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 프로야구 출신으로 빠른 적응을 기대한 조 윌랜드는 초반 선전했지만, 체력 문제로 기복을 보였다. 외국인 투수 1선발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이콥 터너는 투구 내용은 물론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일 정도로 KBO리그 최악의 외국인 투수였다.

 

2019시즌 초반 최하위로 추락한 KIA는 리빌딩 모드로 선회했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 없이 팀 재정비에 힘쓰다 메이저리그 감독(워싱턴 내셔널스)을 지낸 바 있는 맷 윌리엄스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새 출발을 다짐하며 외국인 감독 선임이라는 깜짝 선택을 한 KIA는, 메이저리그에서 네트워크를 가진 윌리엄스 감독의 추천으로 애런 브룩스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난 뒤, 브룩스와 짝을 이뤄줄 외국인 투수를 추가로 영입했다. 두산 베어스의 크리스 플렉센과 마찬가지로 뉴욕 메츠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드류 가뇽은 원래 11월 중순부터 지방 구단에서 영입설이 있었던 투수였다.

 

그러다 일본 구단들의 제안을 받았다는 설이 나오며 잠시 시야에서 벗어났지만, 최종적으로 KIA와 계약을 맺고 KBO리그를 택했다. 감독 추천에 의해 영입된 브룩스에 이어 이번에 영입한 가뇽 역시 윌리엄스 감독과의 전화 통화 후 계약이 진행됐다.

 

외국인 감독의 합류 이후 진행된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KIA는 신선한 행보를 보이며 준수한 투수들을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윌리엄스 감독의 리더십에 힘이 실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가뇽은 브룩스-양현종과 짝을 이뤄 3년 전 막강 선발 트리오를 재현해 달라는 임무를 받고 KBO리그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 이름 : 드류 가뇽 (Andrew Miles Gagnon)

- 생년월일 : 1990년 6월 26일생

-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

- 신장 : 193cm

- 체중 : 97kg

 

배경

캘리포니아 출신의 가뇽은 고등학교 졸업 시즌을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무리했던 모습을 인정받아 10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 대신 대학으로 향했다.

 

이후 롱비치 주립대학에서 3년을 보낸 가뇽은 3학년 때 15경기에 등판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활약에 힘입어 밀워키 브루어스에 상위 라운드인 3라운드에 지명받게 된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바로 벽에 부딪혔다. 입단 직후 루키리그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며 8경기 19이닝 3패 평균자책점 8.05의 기록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뤘다.

 

그렇게 프로에 오자마자 쓴 맛을 본 가뇽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싱글A에서 공을 투구했고 싱글A와 상위 싱글A를 오가면서 25경기 149.2이닝을 투구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2.83으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하지만 2013시즌은 또 10경기 등판해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흔들렸고, 이전 시즌의 성적을 감안하고 동기부여를 겸해 더블A로 레벨을 올렸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16경기 84이닝 4승 9패 평균자책점 5.57). 나름 상위 라운드인 3라운드에 뽑힌 기대감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커리어는 답보 상태에 놓였다.

 

2014시즌에는 28경기 154.2이닝 소화하면서 3.96의 평균자책점과 11승을 기록하면서 빛을 보나 했지만, 2015시즌 타자 친화적인 PCL에서도 가장 악명높은 구장 중 하나인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합류했다가 매운맛을 잔뜩 보고 더블A로 도로 강등되는 수모도 겪었다.

 

20경기에서 1승 11패의 부진한 성적과 7점대에 육박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자 팀은 이듬해부터 가뇽의 보직을 불펜으로 바꿨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후 가뇽은 더블A에서 조정을 거치고 다시 트리플A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5.5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험준한 환경에서 적응을 해내지 못했다.

 

결국 밀워키는 가뇽을 포기했고 2016시즌 종료 후 LA 에인절스와의 트레이드에 포함되며 고향 팀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전히 트리플A에서도 롱 릴리프 수준으로 기용되는 투수에 그쳤고 다시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크게 부진해 1년 만에 팀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후 뉴욕 메츠가 가뇽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후 2018시즌 7월 초까지 102.1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했다.

 

그러던 7월 10일, 감격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루게 된 가뇽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4.2이닝 6실점을 기록했고 이후 트리플A로 돌아갔다가 9월 확장 로스터 기간에 다시 올라와 불펜으로 4경기에 등판해 3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을 끝냈다.

 

메이저리그 기회를 받아 의욕이 생겼는지 2019시즌 타자의 강세가 두드러진 트리플A에서 88.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하며 모처럼 2점대 평균자책점과 경기당 6이닝에 육박하는 이닝 소화력까지 보여주며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콜업만 되면 거짓말처럼 무너져내렸고, 결국 트리플A에서는 2점대, 메이저리그에서는 8점대라는 엄청난 평균자책점 격차만 보여준 채 시즌을 마쳤다.

 

가뇽은 트리플A에서 보여준 준수한 활약으로 아시아권 구단들의 관심과 제안을 받았고, 선수 본인도 열의를 보인 끝에 총액 85만 달러의 계약에 성공해 KBO리그의 새로운 환경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스카우팅 리포트

표.1|드류 가뇽의 통산 투구 기록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두 가지 구종을 가지고 대부분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투피치 투수다. 슬라이더와 커브도 던질 수는 있지만 두 구종을 합쳐 구사율 15% 정도에 그친다.

 

투피치 투수로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7.7개의 삼진을 잡아낸 가뇽은 투피치의 한계를 구위로 극복하는 투수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커리어에서 어려움을 겪은 시기가 있었다.

 

주무기인 포심 패스트볼은 평균 구속 92마일(약 148km/h)대에 최고 구속은 95마일(약 152.8km/h)에 살짝 미치지 못했다. KBO리그 레벨에서는 정상급 구속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사진|드류 가뇽의 93마일 패스트볼 (출처.MLB.com)

구종이 다채롭지 못한 데다가 구위로 찍어누를 수 있는 상황도 못되다 보니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다(MLB vs 가뇽 패스트볼 피안타율 0.388 피출루율 0.441 피장타율 0.753 9피홈런). 가뇽이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패스트볼이 타자들의 방망이에 밀리지 말아야 한다.

 

패스트볼의 위력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방망이 앞에 힘을 잃었지만, 체인지업은 달랐다. 각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뇽의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10마일(약 16km/h) 정도의 구속차를 보였고 좌·우타자 상관없이 활용해 재미를 봤다.

 

실제로 타석 위치별로 카운트한 체인지업 갯수가 거의 1:1에 육박할 정도로 상대를 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우타자를 상대로 더 효과적인 투구를 보였다(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107 1피홈런 /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240 2피홈런). 가뇽의 체인지업이 KBO타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사진|드류 가뇽의 체인지업 히트맵 (포수 시점)

슬라이더와 커브는 모두 우타자에게 편향된 쓰임새를 보이며 초구 혹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주로 활용해 왔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전체 샘플 사이즈도 그리 크지 않지만 보여주기 구종으로 주로 활용하다 보니 상대 타자들의 타격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커리어에 선발투수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구종 활용을 탈피할 필요성이 있는 가뇽이다. KBO리그에서는 기존과 달라진 구종 분포를 보일지 주목된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와의 비교

표.2|드류 가뇽과 비슷한 유형의 KBO리그 외국인 투수 기록 비교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전임자 터너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구위 부족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도 고생을 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기복을 보였던 가뇽은 구위도 그렇고 특히 터너 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시절 패스트볼의 회전수가 평범하다는 평을 받은 것이 불안요소다.

 

국내 무대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구속보다 내실 있는 패스트볼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조로운 볼 배합의 투수로 가장 최근 성공을 거둔 사례는 지난해 NC 다이노스 크리스티안 프리드릭이 있다. 슬라이더가 주무기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구종 가치에서 단 72이닝만에 8.9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구종이 많지 않더라도 타자를 압도하는 위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지난 시즌 초반 마구라는 극찬을 받았던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의 슬라이더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프리드릭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 구종이던 슬라이더의 위용이 부상에도 흔들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에 비해 가뇽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 선전은 했지만 임팩트가 크지는 않았다. 과거 기록을 뒤로 하고 실제 리그를 옮기고 나서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2020시즌을 앞두고 보유한 구종들을 얼마나 갈고 닦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진|우타자를 상대로는 주로 밑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드류 가뇽 (출처.MLB.com)

사진|우타자를 상대로는 주로 밑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드류 가뇽 (출처.MLB.com)

사진|우타자를 상대로는 주로 밑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드류 가뇽 (출처.MLB.com)

사진|좌타자를 상대로는 바깥쪽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드류 가뇽 (출처.MLB.com)

사진|좌타자를 상대로는 바깥쪽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드류 가뇽 (출처.MLB.com)

과거 히어로즈의 좌완 에이스였던 앤디 밴 헤켄은 단조로운 구종을 가지고도 성공을 이뤄낸 또 다른 사례에다가 프리드릭과 달리 오랫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한 투수라는 점에서 우투수인 가뇽에게 있어서도 가장 이상적인 롤모델이라 볼 수 있다.

 

투구 폼 차이가 거의 없고 악력 조절을 통해 탄착에 차이를 두는 등 차별점을 갖는 밴 헤켄만의 시그니쳐 스플리터를 통해 구종의 단조로움을 극복해낸 사례이다.

 

사실 구종가치상으로 밴 헤켄의 스플리터를 프리드릭의 슬라이더와 비교했을 때는 스플리터가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지만,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역할은 훨씬 잘했고 탈삼진 능력은 밴헤켄이 우위였다.

 

가뇽의 경우에도 과연 제한된 구종 속에서 타자들을 현혹시킬 포인트를 추가적으로 줄 수 있을지를 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

표.3|드류 가뇽의 타자별 구종 구사 비율

그간 KBO리그 외국인 투수 영입을 살펴보면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춘 투수를 선호해왔다. 변화구 완성도가 뛰어난 투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보통은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로 내세우는 외국인 투수에게 있어 에이스 역할과 함께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모습도 함께 기대해 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가뇽은 일반적인 외국인 투수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이다. 올 시즌 어떤 투구 전략을 취할지 시범경기부터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 양현종의 존재는 가뇽에게 확실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과 브룩스가 선발 로테이션 최전선을 지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무래도 한결 수월한 매치업을 통해 KBO리그 적응 과정에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드류 가뇽의 타구 허용시 발사 각도

가뇽이 메이저리그에서 고전한 이유는 피홈런 탓이 컸다. 2018시즌에도 9이닝당 1.5개의 홈런을 허용해 많은 편이었던 가뇽은 2019시즌 이 수치가 4.2개로 폭등하면서 메이저리그 잔류에 실패했다.

 

KBO리그의 공인구 반발력 저하와 홈런 억제력이 어느 정도 있는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구장의 존재는 가뇽에게 호재일 것이다.

 

더구나 마이너리그 레벨에서는 9이닝 기준 0.9개의 피홈런으로 채 1개에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위가 어느 정도 통하면 홈런으로 고생할 투수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보인 피홈런 약점이 KBO리그에서 사라질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과거에 비해 최근 2년 간 제구력이 더 개선된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트리플A에서 공인구 변화로 투수에게 불리한 시즌이었지만 2019시즌 2.33이라는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처음 메이저리그에 콜업됐던 2018시즌에도 볼넷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9이닝당 3개 정도였던 볼넷을 2개 전·후로 낮췄다. 제구에 자신이 더 붙은 이 시점에서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을 더욱 잘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애써 가다듬은 제구력과 스트라이크 존 활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차이를 잘 숙지할 필요가 있다.

 

2017시즌 우승 후 2년 간 하락세를 보인 KIA는 지난 시즌 이후 변화를 택했다. 구단의 첫 외국인 감독 선임부터 시작해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투수와 일본의 구애를 받던 투수를 영입한 것은, 지난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KIA의 기대에 가뇽은 부응할 수 있을까? 선발 트로이카를 완성해달라는 임무를 받은 가뇽이 투피치 약점을 극복하고 KBO리그에서 ‘용(龍)’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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