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Legend] 이제는 야구 마무리, ‘락앤락’ 롯데 자이언츠 손승락이 걸어온 길

[KBO Legend] 이제는 야구 마무리, ‘락앤락’ 롯데 자이언츠 손승락이 걸어온 길

커리어 대부분을 마무리 투수로 뛰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 선수 본인의 기량은 물론 구단 상황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손승락(38)이 달성한 271세이브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다.

 

통산 271세이브에 빛나는 전설적인 마무리 손승락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지난 2월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프리에이전트) 손승락이 은퇴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롯데 구단은 두 번째 FA 자격을 갖춘 손승락 선수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성민규 단장은 FA 시장 개장 이래 총 4차례 선수와 만나 재계약을 논의했지만 선수 본인의 은퇴 의사가 강했다. 구단의 계약 조건과 상관없이 선수 측은 ‘후배들에 길을 열어주고 정상의 자리일 때 내려가고 싶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은퇴 의사를 전했다. 따라서 구단은 선수의 뜻을 존중하며 은퇴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롯데 구단은 손승락이 팬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도록 오는 5월, 전 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 맞춰 은퇴식을 열겠다고 제안했다. 이로써 손승락은 KBO리그 통산 역대 세이브 2위에 자리한 채 커리어를 마쳤다.

사진|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던 손승락 (출처.롯데 자이언츠)

지난 2001년 2차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뽑힌 손승락은 대학 시절 유격수에서 투수로 전향에 성공하며 대학 졸업 후 2005년 현대에 입단하게 된다.

 

이후 손승락은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2010년부터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고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첫 해부터 26세이브를 기록하며 클로저로 연착륙했다.

표.1|현대 유니콘스 시절 손승락의 주요 투구 성적

2015년까지 177세이브로 히어로즈 통산 최다 세이브 달성자로 이름을 올린 손승락은 특히 2013년 46세이브로 히어로즈 구단 최초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며 투수 골든글러브도 거머쥐었다.

 

2015년 겨울 롯데와 FA 계약을 맺으며 이적한 손승락은 주춤했던 2016년을 뒤로 하고 2017년 다시 도약했다. 37세이브로 히어로즈 시절과 같은 위용을 뽐냈고 롯데 또한 후반기에 대약진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37세이브는 롯데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세이브다.

표.2|넥센 히어로즈 시절 손승락의 주요 투구 성적

하지만 지난 2년은 다시 하향세였다. 2019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277세이브)을 넘어 역대 최고 기록을 응시했지만 5월부터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내려오는 등 기복을 겪었다. 후반기에 다시 마무리 투수를 맡았으나 이미 롯데는 최하위로 추락하며 동력을 잃은 상태였다.

사진|롯데 자이언츠의 ‘수호신’ 자리에서 물러나 두 번째 FA 권리를 포기하고 은퇴를 결심한 손승락 (출처.롯데 자이언츠)

손승락은 지난해 최종전인 2019년 10월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전을 마치고 마운드에 올라 흙을 만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마운드 위에 앉았다가 다시 더그아웃을 향했고 후배들과 포옹을 나눴다. 사실상 이때 어느정도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손승락은 기량뿐이 아닌 리더십과 팬 서비스로도 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150km/h대 강속구를 던졌을 때도 컷 패스트볼을 연마하며 구종 추가를 통한 기량 향상에 매진해왔다.

 

히어로즈에서는 물론, 롯데에서도 투수들의 맏형 구실을 했고 2015년 겨울, 히어로즈를 떠났을 때는 팬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건네는 등 야구 선수 이상의 모습을 비췄다.

표.3|롯데 자이언츠 시절 손승락의 주요 투구 성적

손승락의 통산 271세이브는 KBO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손승락은 2019시즌이 끝난 후 통산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롯데와 계약에 이르지 못하고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군 전역 후 마무리 투수 변신, 8년 동안 세이브왕 4번 차지한 최고의 마무리

지금은 손승락의 이름에서 ‘마무리 투수’가 아닌 다른 보직은 상상도 하기 힘들지만 사실 2005년 현대에 입단할 때만 해도 손승락은 선발 유망주였다. 실제로 손승락은 2005년 26경기에서 5승, 2006년 24경기에서 6승을 기록하며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2006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손승락은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쳤고 2010년 마무리 투수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히어로즈에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기는 했지만 선발 유망주였던 손승락의 마무리 변신에 반신반의하는 야구 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손승락은 2010년 26세이브를 기록하며 25세이브의 이용찬(두산 베어스)을 제치고 2010시즌 KBO리그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2013시즌에는 46세이브로 ‘끝판왕’ 오승환(28세이브)을 제치고 두 번째 세이브왕을 차지했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휩쓸며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등극했다.

표.4|KBO리그 역대 마무리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오승환이 일본 한신 타이거즈로 떠난 2014시즌 32세이브2년 연속 세이브왕에 오른 손승락은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야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손승락은 2015시즌 23세이브를 기록하며 FA 자격을 얻었고 히어로즈 구단도 마무리 변신 후 6년 간 177세이브를 따낸 손승락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FA가 된 선수를 붙잡을 수 있을 만큼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다(2015시즌 최다안타왕 유한준 역시 같은 해 kt 위즈로 이적했다).

사진|2016년 4월 1일 롯데 자이언츠 이적 후 개막일부터 등판 기회를 잡은 손승락 (출처.미친야구)

사진|얄궂게도 상대는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 손승락은 총 9구를 던져 1이닝 퍼펙트로 롯데에서 최초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출처.미친야구)

결국 손승락은 4년 60억 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 팀 내 최다 세이브 투수가 5세이브의 심수창(은퇴)이었을 정도로 심각한 마무리 투수 부재에 시달렸던 롯데는 현역 최고 마무리 손승락의 가세로 가을야구 복귀를 꿈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손승락은 롯데 이적 첫 해 20세이브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 팬들은 30대 중반을 넘긴 노장 마무리 투수 영입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손승락이 꺾인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손승락은 2017시즌 61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37세이브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4번째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33명일 정도로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리던 2017년 60경기 이상 등판해 60이닝 이상 소화하며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KBO리그 전체에서 손승락이 유일했다.

 

천하의 손승락도 막지 못한 에이징 커브, 현역 마감 결정

2017년 롯데를 5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며 명예회복에 성공한 손승락은 2018년에도 3승 5패 28세이브 평균자책점 3.90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성기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렸던 2017년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한국 나이로 37세 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손승락은 여전히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마무리 투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8년은 손승락이 마무리 투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시즌이 되고 말았다.

 

손승락은 2019시즌 53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2홀드 9세이브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했다. 2개의 홀드 기록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지 못하고 시즌 중반 박진형과 구승민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후반기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하며 성적을 끌어 올리기는 했지만 한 자리 수 세이브는 손승락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2010년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결과였다.

 

가뜩이나 FA 시장의 거품이 빠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급격한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를 겪은 30대 후반의 마무리 투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롯데와 협상하던 손승락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다가 은퇴를 결심했고 롯데도 이를 수용했다.

 

결국 올 시즌 많은 야구 팬들이 기대했던 277세이브의 오승환과 271세이브의 손승락이 벌이는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 대결은 손승락의 은퇴로 인해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표.5|넥센·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TOP.5

손승락의 은퇴로 그가 남긴 271세이브는 당분간 볼 수 없는 진기록이 될 전망이다. 현역 선수 중 오승환을 제외한 최다 세이브는 한화 이글스 정우람의 165세이브다. 하지만 정우람이 앞으로 100세이브를 더한다고 해도 손승락의 기록을 넘어설 수 없다.

 

정우람 다음으로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현역 선수는 NC 다이노스 임창민(94세이브)과 두산 베어스 이용찬(90세이브)이다. 그러나 둘 다 현재 위치는 마무리 투수가 아니다. 개인 통산 80세이브를 올린 삼성 우규민 또한 오승환의 복귀로 다가오는 2020시즌에는 세이브보다는 홀드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이제 야구 팬들은 경기를 끝내고 관중석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던, 손승락 특유의 세이브 세레머니를 볼 수 없게 됐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2019시즌 불펜으로 11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했던 김원중이 마무리 투수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원중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박진형이나 구승민이 뒷문을 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원중, 박진형, 구승민의 통산 세이브를 모두 더해도 단 9개에 불과하다.

표.6|2019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팀 세이브

2019시즌 하재훈(SK 와이번스), 고우석(LG 트윈스), 문경찬(KIA 타이거즈) 등 초보 마무리들의 활약이 좋았다고 해서 롯데도 초보 마무리가 무조건 통할 거라 믿는 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동갑내기 오승환을 비롯해 정우람(한화 이글스·1985년생), 원종현(NC 다이노스·1987년생), 이대은(kt 위즈·1989년생), 하재훈(SK 와이번스·1990년생) 등 KBO리그에는 30대 마무리 투수들이 즐비하다. 불과 1년 5개월 전까지만 해도 30개 가까운 세이브를 기록했던 손승락의 퇴장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표.7|손승락의 통산 투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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