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인센티브’ 챙겼지만 상처뿐인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연봉 협상, 삼성 팬들은 왜 분노하나

‘여론과 인센티브’ 챙겼지만 상처뿐인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연봉 협상, 삼성 팬들은 왜 분노하나

- 구자욱, 지난해 보다 2000만 원 삭감 재계약

- 삼성 라이온즈 팬들 원치 않았던 구단 레전드들과의 이별

 

삼성 라이온즈와 연봉 협상 갈등을 겪던 구자욱(27)이 결국 ‘인센티브’로 합의점을 찾고 최종 계약을 마쳤다.

 

삼성은 2월 10일, 구자욱과 지난해 연봉 3억 원에서 2,000만 원 삭감2억 8,000만 원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대 2,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옵션을 설정해 충족 시 연봉은 3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은 지난해 연봉 3억 원을 받은 구자욱에 대해 3,000만 원 삭감안을 제시했지만 구자욱은 동결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었다. 이에 삼성은 인센티브 조건을 제시하며 옵션을 충족할 경우, 전년과 같은 연봉을 받게 됐다.

사진|연봉 2억 8,000만 원과 옵션 2,000만 원으로 2020시즌 계약을 맺은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출처.삼성 라이온즈)

결과적으로 시간만 낭비했다. 삼성이 결국 구자욱에게 사실상 두 손 들었다. “버티면 이긴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다”던 삼성은 석연찮은 이유로 선례를 남겼다. 사실상 총액 3억 원으로 동결로 봐도 무방한 계약을 체결했다.

 

구자욱은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고 난 뒤부터 구단과 평행선을 달렸다. 2019시즌 데뷔 이래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내긴 했으나 매년 연봉 협상에서 불이익을 봤고, 삭감에는 동의하나 구단 제시액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팬들은 일관되지 못한 형평성의 잣대를 부여한 구단 대신, 구자욱의 편을 들었다. 결국 삼성 구단도 한 발 물러나 2억 7,000만 원, 다시 2억 8,000만 원과 인센티브 조건을 내걸어 구자욱을 붙드는데 성공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구자욱은 2월 13일 이학주와 함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수와 구단 모두 상처만 남은 재계약 협상이 되고 말았다. 2015년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 97득점의 성적으로 신인왕에 오른 구자욱은 지난해 122경기 타율 0.267 15홈런 71타점으로 커리어 로우를 맛봤다. 본인도 삭감을 예상했지만 삼성의 협상 태도에 상처를 입었다.

사진|최종 계약을 맺기는 했지만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출처.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지난해 성적을 이유로 연봉 삭감에 나섰지만 구자욱은 그동안 좋은 성적에도 구단의 연봉 인상폭이 크지 않았음을 이유로 삼성측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금씩 올랐던 연봉과 다른 큰 삭감액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스프링캠프 일정 20%가 지나도록 연봉 협상을 완료하지 못했다.

 

잡음이 흘러나오며 여론 역시 구자욱 편을 들었다. 삼성 팬들은 커리어 초기 성적에 비해 상승 금액이 높지 않았던 것에 대해 구단을 질타했다. 이에 삼성 팬들은 지난 2월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와 경산 볼파크 주변에 구자욱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걸며 힘을 주기도 했다.

 

팀의 핵심 선수인 구자욱의 미계약에 삼성 팬들의 관심 역시 뜨거웠다. 협상 기간이 길어져 ‘불화설’까지 나돌았지만 양측은 “계약은 계약,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라며 쿨한 소감을 남겼다. 이날 구단과 선수가 극적인 합의를 이루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사진|구자욱의 팬들은 경산 볼파크 주변에 현수막을 걸며 응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출처.대구신문)

구자욱의 에이전트인 팀퓨처스 정창용 대표는 “구단 측에 정말 감사하다. 좋은 대우를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어 “구자욱은 계속 삼성에서 야구를 할 선수다. 계약은 계약이고 운동은 꾸준히 해왔다.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거나 하는 소문은 완전히 사실무근”이라 밝혔다.

 

삼성 홍준학 단장도 이제야 마음을 놓았다. 홍준학 단장은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다. 구자욱 선수가 그동안 잘 했을 때 인상폭이 충분치 않아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구단이 인정을 했다고 보면 된다. 오키나와에 합류해 바로 함께 훈련이 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는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준학 단장은 “그동안 구자욱 선수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구자욱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억울하고 불이익을 봤을 수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 원만한 계약을 위해 조건을 조절했다”고 밝혔다.

 

옵션은 “평상시 하는 수준이라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며 구자욱이 지난해와 같은 연봉 3억 원을 수령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했다.

 

이번 삼성과 구자욱의 계약 건은 구단과 선수간 첨예한 대립구도에서 선수가 승리한 사례로 남게 됐다. 최초 제시액에서 두 차례나 연봉을 올렸고, 사실상 동결로 구단 연봉 고과 과정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자인했다. 처음부터 동결로 계약을 맺고 기분좋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지만 구단은 명분도 실리도, 신뢰도 모두 잃은 꼴이 됐다.

 

만약 구자욱이 올 시즌도 부진을 겪는다면 팬들의 비난은 오롯이 구단을 향하게 된다. 행여 기량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홀대했다는 이미지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과거에도 팀의 레전드 반열에 올랐거나 오를 수 있었던 선수들과 적지 않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삼성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이만수는 은퇴식도 없이 급하게 미국으로 떠났고 장효조, 김시진은 트레이드 수순을 밟았다. 최근 들어서는 현재 진행형 레전드였던 박석민, 최형우가 FA 자격을 얻자 미련 없이 삼성을 떠났고,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도 삼성에서 은퇴하지 못했다.

 

트레이드 후 삼성과 이별하는 듯 했으나 FA 자격을 얻고 다시 돌아온 양준혁의 사례가 있으나 이는 극히 드문 케이스다. 삼성 선수로 잡음 없이 구단의 대우를 받고 은퇴한 레전드는 사실상 이승엽 하나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은 KBO리그 역대 최다승은 물론, 8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최고의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성과주의에 매몰돼 주축 선수들을 홀대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삼성 팬들은 그동안 너무 많은 레전드들과 원치 않은 이별을 해야 했다. 이번 구자욱의 협상 진통을 놓고 삼성 팬들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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