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내 말로만 ‘육성·선수층 강화’ 한화 이글스, 수뇌부를 ‘세대교체’하라 :: The Importance of History

3년 내내 말로만 ‘육성·선수층 강화’ 한화 이글스, 수뇌부를 ‘세대교체’하라

Posted by Rintaro
2019.10.01 11:40 KBO History/Hanwha Eagles

- 한화 이글스, 2019시즌 KBO리그 9위로 마감, 1년 만에 다시 하위권 추락

- 취임 당시 ‘육성’ 외친 박종훈 단장, 3년 지난 지금 “한화 이글스 육성 후퇴” 평가

- 수시로 강조한 ‘선수층 강화’도 성과 없어. 중견수-유격수 대안 끝까지 못 찾았다

- ‘절치부심’ 위해선 혁신 이끌어갈 구단 수뇌부 변화 필요

 

사진|한화 이글스 박종훈 단장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육성과 선수층 강화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출처.한화 이글스)


9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는 2019시즌 한화 이글스의 144번째 경기가 열렸다. 이날 한화는 홈 최종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와 팬 서비스를 마련했다.

 

내년 시즌 합류할 신인 선수들도 구장을 찾아 팬들에게 첫 인사를 했고 경기 후에는 모그룹의 자랑인 ‘불꽃놀이’가 가을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불꽃놀이 하면 원래는 화려하고 환상적인 느낌, 즐겁고 신나는 감정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KBO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지난해 한화의 불꽃놀이는 분명 그랬다. 하지만 이날 한화의 불꽃놀이는 아무리 오색빛깔 불꽃이 팡팡 터져도, 어딘가 쓸쓸하고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올 시즌 한화의 부진한 성적 때문이다. 한화는 최종전 전까지 58승 86패 승률 0.403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승률 0.403는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른 2017년(승률 0.430)보다도 못한 승률이다. 시즌 막판 나 홀로 총력전으로 최근 15경기에서 10승을 거뒀는데도, 겨우 4할 승률에 턱걸이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의 추억은 이미 소멸하는 불꽃처럼 사라진 지 오래다. 불꽃놀이는 끝났다. 불과 1년 만에 한화는 오랫동안 머물렀던 익숙한 제 자리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2군 감독 목표는 우승? 구호만 요란한 육성

 

사진|한화 이글스 서산 2군 훈련장 조감도 (출처.한화 이글스)

 

아무리 실패한 시즌이라도 한두 가지 수확은 있는 법이다. 7위 KIA 타이거즈는 젊은 투수들을 대거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8위 삼성 라이온즈도 젊은 야수들이 1군에 자리 잡는 기회를 마련했다.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는 아예 구단을 뿌리부터 완전히 들어내는 변혁을 진행 중이다.

 

반면 한화가 올 시즌을 통해 거둔 수확은 아무리 생각해도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주전 2루수로 자리 잡은 정은원은 이미 지난 시즌부터 싹수를 보였던 선수다.

 

그 외에는 젊은 선발투수 발굴도, 야수 세대교체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9시즌 초반 생각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자 ‘리빌딩’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뚜렷한 결실은 없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만의 책임으로는 돌리기 어렵다. 주어진 선수단을 중심으로 결과를 내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선수단을 구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건 프런트 몫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를 5강 후보로 꼽은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감독의 역량을 따지기 전에, 구단이 경쟁력 있는 선수 구성을 갖추지 못했단 얘기다.

 

프런트 운영 부문 수장인 한화 박종훈 단장의 공과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박종훈 단장은 부임 당시 ‘중·장기 우수 선수 육성’을 목표로 “선수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 부분을 맡아 유망주 발굴 등 선수단 효율적 관리에 전념하는” 역할을 맡았다.

 

각종 인터뷰 때마다 ‘육성’과 ‘선수층’을 강조하며 이전 한화 수뇌부와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나 박종훈 단장 체제 3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화는 육성에서도, 선수층 강화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뒤 박종훈 단장은 체계적인 2군 지도와 육성 시스템”을 비결로 언급했지만, 정작 다른 구단과 차별화된 한화만의 육성 시스템이 뭔지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육성 시스템을 통해 1군 선수로 자체 생산한 유망주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박종훈 단장 부임 후 달라진 건 자신과 가까운 지도자를 육성 책임자(최계훈 2군 감독)로 선임한 것 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화 관계자도 “육성은 입으로만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솔직히 박종훈 단장이 내세운 육성은 구호만 요란했지 실질적인 내용은 전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한화 2군은 퓨처스 북부리그 5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 한화 퓨처스 경기 라인업을 보면 이제는 유망주로 분류하기 힘든 1.5군급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정작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할 어린 유망주는 벤치를 지키거나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노시환, 유장혁, 변우혁처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지나치게 일찍 1군에 올라와 어려움을 겪고는 했다.

 

한화 유망주들이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화 관계자는 한화 2군 감독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우승이 목표다’다. 2군은 선수를 키우는 곳이지 성적을 내는 곳이 아닌데, 퓨처스리그 우승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 번은 한화 2군 팀이 큰 점수 차로 앞선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이기기 위한 경기 운영을 한 통에 상대 감독이 크게 분개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간 ‘육성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한화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육성에서 뚜렷한 성과와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구단 외부는 물론, 구단 내부에서도 ‘육성이 오히려 3년 전으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건 뼈아프게 여겨야 할 대목이다.

 

 

◆ ‘선수층 강화’ 외쳤지만, 오선진 백업조차 없었다

 

사진한화 이글스는 이용규 이탈 이후, 정근우 중견수를 실험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출처.한화 이글스)


박종훈 단장이 입만 열면 강조한 ‘선수층 강화’도 성과가 없긴 마찬가지다. 박종훈 단장 부임 이후 한화는 ‘선수층 강화’를 외치며 공격적인 리빌딩을 진행했다.

 

선수층을 두껍게 한다는 의도는 좋지만, 그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춘 베테랑 선수들이 소외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나이 어린 선수와 베테랑 선수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백호(kt 위즈),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처럼 어린 선수가 실력으로 자리를 꿰찬다면 불만이 나올 이유가 없다. 정은원처럼 주어진 기회를 살려 자기 자리를 만드는 경우도 좋다.

 

하지만 사지 멀쩡한 베테랑 선수를 제쳐두고 아직 1군에서 뛸 준비가 안 된 어린 선수에게 무한정 기회를 준다면 볼멘소리가 나오게 돼 있다.

 

베테랑들의 불만, 박종훈 단장 및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은 지난 시즌만 해도 리그 3위 호성적에 가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누적된 불만은 험난했던 오프시즌 FA(자유계약선수) 협상 과정에서 조금씩 새어 나왔고, 결국 ‘이용규 사태’를 통해 폭발했다.

 

타고난 ‘강성’인 박종훈 단장은 베테랑들이 불만을 제기할 때마다 강하게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거친 말에 선수들이 상처받는 일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규 사태’도 선수의 충동적인 행동이 아닌, 오랜 기간 누적된 불만과 불신에서 비롯했다는 게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얘기다.

 

선수도 구단도 서로 감정적인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켰고, 이는 결과적으로 팀 전력이 크게 약화되는 결과로 돌아왔다. 한화는 이용규 없이도 얼마든지 야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은 시즌 내내 이용규의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다른 베테랑 선수들 역시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올 시즌 한화에서 200타석 이상 나온 타자 9명 중에 7명이 30세 이상이다. 젊은 선수는 정은원과 장진혁 둘 뿐. 100타석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16명 중에 5명만 29세 이하 젊은 축에 든다.

 

박종훈 단장 부임 전인 2016년에는 300타석 이상 야수 8명 중에 3명이 20대, 100타석 이상 야수 14명 중에 5명이 20대였다. 박종훈 단장 부임 전인 3년 전에도, 3년 내내 선수층 강화를 줄기차게 외친 현재도 여전히 한화는 30대 이상이 주축인 ‘노쇠한’ 팀이다.

 

시즌 준비도 안일했다. 오늘 일이 잘 풀렸으니 내일 일도 잘 풀리겠다고 생각하는 건 종교의 영역에 가깝다. 더 철저한 준비와 대비만이 또 다른 성공을 불러오는 법이다.

 

지난해 한화는 팀 득점과 팀 실점을 통한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0.480)과 실제 승률(0.535)의 차이가 꽤 난 팀이었다. 물론 구단과 선수단의 노력이 우선 있었기에 가을야구가 가능했지만, 어느 정도 행운의 요소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화는 내부 FA 재계약 외에는 이렇다할 보강 없이 2019시즌을 맞이했다. 바뀐 공인구 효과에 대한 대비도, 지난해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거둔 불펜에 대한 보강도 없었다. 올 시즌 믿었던 이태양, 송은범이 부진에 빠지자 한화 불펜은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렸다.

 

유격수 하주석의 시즌 아웃과 그로 인한 전력 공백도 한화가 철저히 준비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주석은 2016시즌과 2017시즌 2년 연속 110경기 이상-400타석 이상 나오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한화는 2017시즌이 끝난 뒤 하주석을 교육리그로 보내 추가 경기를 치르게 했다. 하주석은 2018시즌에도 141경기에 출전해 517타석을 소화했다. 피로 누적은 부상 위험성을 높인다.

 

하주석이 빠진 뒤 유격수 자리는 통산 타율 0.238의 오선진이 대신했다. 오선진은 5월까지만 해도 0.260대 타율을 유지하며 나름 제 몫을 해냈다. 문제는 하주석 대신 유격수를 맡길 선수가 오선진 한 명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대안이 전무한 가운데 오선진은 데뷔 이후 최다인 126경기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소화했고, 7월 이후 공·수 지표가 수직 하락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출전할 때도 많았다. 이는 리그 2루수 최다출전(141경기)을 기록한 정은원도 마찬가지다.

 

선수층이 강한 팀은 주력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 어린 유망주 가운데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나온다. 주전 우익수 나성범이 부상으로 이탈한 NC 다이노스는 ‘신인왕 후보’ 김태진이 빈자리를 틈타 주전 외야수로 자리 잡았다.

 

NC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트레이드를 통해 좌타 외야수 이명기도 영입했다. 반면 중견수와 유격수 자리가 구멍 난 한화는 이렇다 할 선수 보강 없이 그대로 시즌을 치렀고, 이는 한화의 공격은 물론 수비와 투수력까지 모두 악영향을 끼쳤다.

 

 

◆ ‘절치부심’ 노리는 한화 이글스, 구단 수뇌부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한용덕 감독은 2020시즌 절치부심을 선언했다. 한화가 올 시즌 부진을 딛고 반등을 이루려면 비전과 계획을 갖고 이끌어갈 스마트한 수뇌부가 필요하다 (출처.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2020시즌 “절치부심”을 선언했다. 그러나 현재 선수단 구성으로 볼 때, 2020시즌에도 한화의 상위권 도약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올 시즌 한화는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다. 보통 전력이 약한 팀도 외국인 선수 3명이 다 잘하면 5강권에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화는 좋은 외국인 선수 3명과 리그 최고 마무리, 정상급 포수를 보유하고도 9위에 그쳤다. 국내 선수 선수층이 그만큼 취약했다는 얘기다. 올 시즌 뒤 대대적인 혁신이 없으면 한화의 부진은 한 해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암흑기가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말로만 외치는 변화가 아닌, 뚜렷한 비전과 구체적 계획을 갖고 구단을 이끌어갈 수뇌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차명석 단장을 선임한 LG 트윈스는 지난 오프시즌 폭풍 영입으로 선수층을 강화하고, 2군 코칭스태프를 개편해 올 시즌 가시적 성과를 냈다.

 

최하위 롯데는 메이저리그 구단 출신의 성민규 단장을 선임해 프런트 체질을 새롭게 바꾸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최신 야구 흐름에 밝고 스마트한 이들 단장은 ‘야구인 출신 단장’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하고 있다.

 

박종훈 단장은 어떤 압력이나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는 추진력이 강점이다. 하지만 결국 박종훈 단장도 ‘올드스쿨’ 야구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야구계 흐름에 보조를 맞추고, 다른 구단과 경쟁에서 앞서가는 조직을 만드는 데 과연 박종훈 단장이 적합한 리더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볼 문제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게 바로 ‘세대교체’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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