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어떻게 약팀이 되었나 :: The Importance of History

2019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어떻게 약팀이 되었나

Posted by Rintaro
2019.07.05 13:20 KBO History/Lotte Giants

롯데 자이언츠는 7월초 현재 KBO리그의 꼴찌 구단이다.

 

2019시즌 시작 전만 하더라도 상위권으로 꼽혔기에 예상 밖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쉽지는 않으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래도 최하위 전력을 꼽은 전문가는 전무했다.

 

7월 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은 롯데가 처한 현실을 상징하는 경기가 됐다. 롯데는 7-2로 앞서던 경기를 7-9로 패했다. 6회까지 5점 차 리드를 가져갔지만, 7회말, 8회말에 필승조가 무너지며 7점을 내줬다.

 

사진|7월 4일 경기에서 SK가 롯데에 역전승을 거두며 4연승을 기록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패한 롯데는 3연패에 빠졌다 (출처.스포츠조선)

 

이날 충격적인 패배로 롯데는 3연패에 빠졌다. 2019시즌 전적은 31승 2무 52패로 여전히 10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6연패에 빠진 9위 한화 이글스와는 0.5경기 차로 동반 연패로 ‘탈꼴찌’는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84경기를 치른 롯데가 시즌 승률 5할에 맞추려면 남은 경기에서 40승 20패를 거둬야 한다. 5할은 가을야구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롯데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롯데는 윈나우(Win Now)였다. 그러나 이 목표가 얼마나 허황된 꿈인지는 시즌을 치르면서 속속 나타나고 있다.

 

팀 타율 0.261는 9위에 자리잡고 있고, 팀 평균자책점 5.21은 꼴찌 기록이다. 실책 역시 68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우승이 준비되지 않은 팀이라는 게 지표상으로도 보인다.

 

물론 롯데가 10위에 머물러 있는 자체보다는 왜 이렇게 됐는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롯데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왕좌에 오르지 못한 구단이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이 마지막이다. 21세기에는 한국시리즈 문턱조차 가보지 못했다.

 

구단 설립 40주년이 다 돼가지만, 단일리그 체제에서 정규리그 1위를 경험해보지 못한 유일한 구단이기도 하다. 사실 롯데를 전통의 구단, 인기 구단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 간의 성적만 봤을 때 명문구단으로 지칭하긴 어렵다.

 

2000년대 초·중반 암흑기를 거쳐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봄날이 찾아온 듯했다. 그러나 너무 성급했고, 결과적으로 2020년을 앞둔 현 시점에도 강팀보다는 만년 약팀의 이미지다.

 

◆ 시스템·팀 컬러가 없는 롯데 자이언츠

 

현재 롯데에 없는 건 두 가지다. 바로 시스템과 팀 컬러다. 2년 전쯤 롯데 구단의 한 인사는 “과거에 돈을 적게 쓰니까 짠돌이라고 욕을 먹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돈을 많이 쓴다고 욕한다”며 항변한 적이 있다.

 

물론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욕(비판)을 먹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돈을 많이 쓴 게 문제가 아니다. 공격적인 투자는 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맞아야 한다.

 

최근 몇 년간 롯데는 선수 영입에 통 큰 투자를 해왔다. 2017시즌을 앞두고 해외에 진출했던 이대호를 4년 총액 150억 원에 FA 역대 최고 몸값을 지불하며 데리고 왔다.

 

이듬해에는 손아섭을 4년 98억 원으로 잔류시켰고, 민병헌을 4년 총액 80억 원에 두산 베어스로부터 영입했다. 이대호에 앞서서는 뒷문 보강을 위해 손승락, 윤길현 등을 FA로 영입했다. 하지만 결과물을 냈던 건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며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2017시즌뿐이다.

 

오히려 손아섭의 잔류와 민병헌의 영입 때 ‘안방마님’ 강민호가 FA 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포수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이 주전 포수를 잃었던 점이다.

 

이는 올 시즌에도 포수 돌려막기(나종덕-김준태-안중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올 시즌을 앞두고, 양의지(NC 다이노스)나 이재원(SK 와이번스) 같은 포수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롯데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

 

사진|대체 외국인 선수로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된 다익손을 영입한 롯데 (출처.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 롯데의 팀 연봉 총액(외국인 선수, 신인 선수 제외)은 101억 8,300만 원으로 KBO리그 10개 구단 중 1위이지만, 최하위에 머무는 것은 효율성의 문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육성보다 외부에서 영입하자는 기조가 강하기 때문이다.

 

육성에 대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에 새로운 얼굴 발굴에도 애를 먹고 있다. 롯데가 2000년대 이후 자체적으로 발굴한 신인은 손에 꼽는다. 롯데를 거쳐 간 한 원로 야구인은 “십수년전 내가 만들어 놓은 육성 매뉴얼을 아직도 쓰고 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2000년대 중반 김해 상동에 최신식 시설을 갖춘 2군 훈련장을 오픈했지만, 최근 들어 다른 구단들이 2군 시설에 투자를 늘려가면서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실정이다. 그나마 “밥은 맛있다”고 자랑을 할 정도로 내세울 게 ‘밥맛’밖에 없는 곳이 상동 2군 훈련장이다.

 

이는 팀 컬러와도 관련이 있다. 2017시즌 가을야구 진출은 선수 영입의 결과물이었지만, 이는 분명 ‘유통기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건강한 팀은 새로운 선수 발굴을 위해 리빌딩도 하지만, 롯데는 어중간하다.

 

무조건 우승한 지 오래됐으니 우승부터 하자는 의욕만 높다. 그래서 2010년 이후로는 감독들이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잘려나가고 있다. 2017시즌 3위로 이끈 조원우 감독은 재계약 1년 만에 경질됐다.

 

감독들이 자주 바뀌니 롯데만의 팀 컬러가 생길 리 만무하다. 과거 ‘근성’과 ‘투지’를 내세웠지만, 오래 가지 못했던 롯데의 팀 컬러다.

 

◆ 보신주의·온정주의가 만연한 조직 문화

 

잦은 감독 교체에 롯데에는 ‘보신주의’ 문화가 강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무능한 프런트 조직과 관련 있다. 그룹에서 내려오는 구단 고위층 인사(사장, 단장)들은 대부분 야구단 조직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하지만 롯데그룹에서 가장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계열사가 바로 롯데 자이언츠다.

 

여기서 언론의 조명을 받은 고위층 인사들은 자신이 롯데를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무리수를 두게 된다. 대표적인 게 5년 전 야구계를 경악케 했던 ‘CCTV사찰 사건’이다.

 

이후에도 롯데는 적폐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무 담당자들이 실무가 아닌 고위층의 눈치와 의전을 살피는 데 급급하다. 이런 환경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 시스템 구축 등은 매우 어렵다.

 

야구를 잘 모르는 고위 관계자의 의사결정에 직언을 하기 보다는, 옹호하는 경우가 많다. 강민호를 놓치고, 노경은과 2억 원 차이로 계약을 하지 않는 등 유독 선수와의 갈등이 부각되는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이는 현장도 마찬가지다. 감독이 숱하게 잘려나가지만, 꿋꿋하게 버티는 코칭스태프들이 많다. 야구계에서는 이미 롯데 감독 자리가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바뀌면 코치진도 물갈이가 되지만 롯데는 그렇지 않다. 야구 지도자들이 롯데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장기근속하는 롯데 출신 코칭스태프가 유독 많이 보인다. 흔히 ‘롯무원(롯데+공무원)’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이 때문에 보신주의와 더불어 롯데에는 ‘온정주의’가 넘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현역 시절 대타로 주로 나오고,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내야수 출신 은퇴선수가 2군 수비코치를 맡고 있다.

 

롯데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현역 때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던 사람이 무슨 선수를 키우냐”며 혀를 찼다. 한 관계자는 “물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라고 꼬집었다.

 

사진|롯데 감독을 역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했던 부산 사직구장. 롯데 성적이 좋지 않아 팬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 구도 부산의 자존심이 아닌 수치로 전락한 ‘꼴데’

 

롯데는 막강한 열성 팬을 보유한 구단이다. 하지만 거대한 팬덤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사직구장 앞 시위나 청문회 등 팬 여론이 들끓는 경우도 많다.

 

2000년 초·중반 암흑기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전성기를 이어오며 롯데는 충성심 강한 팬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너무 팬 여론에 휘둘린다는 지적도 분명 있다.

 

물론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운영이 문제이긴 하지만, 구단 운영의 기본인 ‘방향성’이라는 측면에서부터 올 시즌 롯데는 꼬여버렸다.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팀에 빈 자리가 너무 많았다. 당장 포수는 3명이서 번갈아 가며 안방을 지키고 있고, 선발진도 ‘1+1’이라는 실험을 시도했다.

 

한 야구인은 “실험을 많이 한다는 건 전력이 확실치 못하다는 증거다. 그런 팀은 성적보다는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하위를 달리고 있지만 롯데가 시즌 종반을 최하위로 마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포스트시즌 진출까지는 다소 버거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 40대 롯데 팬은 “롯데가 언제부터 강팀이었나, 1982년 창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팀이었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들이 모여서 롯데가 ‘꼴데’가 되고,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도 사실이다. 매 시즌 성적을 낼 수 있는 힘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현재 롯데는 그럴 능력이 없어 보인다.

 

또 다른 롯데 팬은 “부산은 예로부터 구도(球都)라 불리고, 레전드급 야구인을 배출한 야구 도시라는 프라이드가 있다. 하지만 롯데는 수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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